물찻오름의 청미래덩굴차: 제주 전통 해독차로의 귀환

1. 청미래덩굴, 물찻오름의 습지 생태가 길러낸 자연의 해독초

제주 동부 조천읍의 한라산 자락에 위치한 물찻오름은 그 이름처럼 화구호(칼데라형 분화구)에 물이 고여 형성된 습지형 오름이다. 그 주변은 상시 안개가 머무르고 수분이 풍부한 이끼와 덤불, 덩굴 식물들이 군락을 이루는 특별한 생태계가 조성되어 있다. 이곳은 일반적인 제주 오름과는 달리 평지보다 온화하고 습윤한 기후 덕분에 다양한 약초가 자생하며, 특히 청미래덩굴(Smilax china)이 밀집 자생하는 보기 드문 곳이다.

청미래덩굴은 제주 방언으로 ‘망개덩굴’ 또는 ‘멍게덩굴’이라 불리며, 뿌리 부분인 '청미래근'은 해독, 이뇨, 간 기능 개선에 탁월한 민간 약재로 예로부터 널리 쓰였다. 특히 물찻오름 일대에서 자생하는 청미래덩굴은 유기물이 풍부한 화산회토에서 자라며, 뿌리의 당질 함량과 약효 성분이 일반 육지산보다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덩굴은 자연 상태에서는 가시와 줄기가 매우 억세고 강인한 생명력을 지니는 식물로, 오래된 오름의 토착 생태계에서 장기간 생존하며 뛰어난 약효를 축적한다. 이러한 특징은 차로 우려냈을 때 고스란히 전해지며, 맑고 구수한 풍미 속에 쌉쌀한 여운과 진한 뿌리의 깊은 맛이 살아 있다.

2. 청미래덩굴차의 성분과 해독 효능, 간 건강에 좋은 이유

청미래덩굴의 뿌리에는 사포닌, 스테롤, 플라보노이드 계열의 항산화 물질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으며, 이들은 체내 노폐물 배출과 간 해독, 염증 억제 작용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간 기능이 약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글루타치온 생산 촉진 작용과 혈액 내 암모니아 수치 감소 효과는 약용 차 중에서도 매우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한국 한의학 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청미래덩굴의 열수 추출물은 간세포 보호 효과를 나타냈으며, 알코올성 간 손상 억제에도 일정 부분 기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효능은 술자리가 잦은 현대인이나 간 기능이 떨어진 중장년층에게 특히 유용한 건강 차로서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물찻오름 청미래덩굴차는 이 외에도 관절 통증 완화, 요산 배출, 신장 기능 개선에도 효과가 있다고 전해진다. 이는 차가 체내에 흡수되며 신진대사를 자극하고, 염증 반응을 줄이며 체내 과잉 수분과 노폐물 배출을 도와주는 약초차 고유의 해독 작용 때문이다. 정기적으로 섭취할 경우 피부 개선, 얼굴 부기 완화, 체내 독소 감소 등의 부가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3. 전통 방식으로 우리기: 청미래덩굴차 만드는 법과 주의사항

청미래덩굴차를 제대로 마시기 위해선 전통 방식에 따라 ‘뿌리의 준비와 건조, 세척’ 과정이 중요하다. 뿌리를 채취한 후에는 반드시 솔로 껍질과 이물질을 제거한 후, 2~3일간 볕에 잘 말리고 다시 그늘에서 숙성시켜야 한다. 이렇게 건조된 청미래근은 15분간 덖거나, 그대로 물에 담가 차로 끓여 마신다.

차를 우릴 때는 1.5L 기준 물에 청미래뿌리 약 15~20g을 넣고 약불로 40분 정도 달이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물 색이 붉은 황갈색을 띠고, 약간의 단맛과 쌉쌀한 향이 나면 음용 가능하다. 이때 뿌리를 너무 오래 끓이거나 양을 과다하게 사용하면 쓴맛이 강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건강한 사람은 하루 한두 잔 정도가 적당하며, 간 기능에 문제가 있거나 약을 복용 중인 사람은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 후 음용해야 한다. 또한 청미래뿌리는 식품이 아닌 약재로 분류되기도 하므로, 대량 섭취는 피하고 장기 복용보다는 일시적 해독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

 

4. 잊혀진 전통 해독차,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로 재해석되다

청미래덩굴은 과거에는 도시에선 거의 볼 수 없던 약초였지만, 최근에는 클린 라벨 시대의 도래와 함께 ‘자연 해독’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물찻오름 같은 제주의 원시 생태계를 배경으로 한 약초차는 소비자들에게 지역성·청정성·스토리텔링 면에서 강력한 브랜드 요소로 작용한다.

현재 제주에서는 일부 소규모 농가와 약초 재배 협동조합이 청미래뿌리를 재배하여 전통차 형태로 판매하거나, 농업 6차 산업화 프로젝트를 통해 건강차 브랜드를 론칭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또한 온라인 채널을 통해 ‘청미래덩굴 해독차’, ‘숙취 해소 전통차’ 등으로 리패키징되어 젊은 소비자층에게 어필하고 있다.

물찻오름에서 자란 청미래덩굴은 단순한 해독 음료가 아니라, 제주의 생태와 전통을 담은 힐링 콘텐츠이자, 전통 식문화의 복원과 현대화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더불어 지역 농가에게는 새로운 소득원이자 지역 특산 건강차로서 관광 산업과도 연계 가능한 자원으로서, 앞으로 더욱 확장 가능성이 큰 약초다.